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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가 시집이라고 왔더니 열두살 신랑이란 게 코흘리개다.

허구한 날 소매로 코를 훔쳐 저고리 옷자락이 풀을 먹여 놓은 것처럼 반들거리는 데다 동구 밖에서 또래들과 돼지 오줌통 축구를 하느라 바지는 흙투성이로 사흘이 멀다 하고 빨랫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3대 독자라 무슨 저지레를 해도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감싸기에 급급이다.

이런 것들이야 그래도 참고 견딜 만한데 동지섣달 기나긴 밤, 옆에서 콧물 풍선을 만들며 도르릉 도르릉 자는 꼬마신랑 옆으로 다가가 허리춤으로 손을 넣어 새끼손가락 같은 고추를 잡고 ‘어느 날에 익을꼬’ 한숨을 토하고 있는데 이것 봐라 고추가 빳빳해지는 게 아닌가. 새색시는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한참 고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린 꼬마신랑이 발딱 상체를 일으키더니 볼볼 윗목으로 기어가 요강에 오줌발을 뻗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몸이 식지 않은 새색시는 다시 꼬마신랑 곁으로 가 그의 손을 잡아 옷고름을 풀어헤친 자신의 젖무덤에 얹고 오그라든 고추를 잡았다.

꼬마신랑은 새색시 젖무덤에 놓인 손을 훽 빼더니 고추를 잡은 새색시의 손을 낚아채고는 일어나 바지 저고리를 주섬주섬 걸치고 베개를 옆구리에 낀 채 문을 열고 나갔다. 마루를 건너 시부모 자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새색시는 고양이 걸음으로 마루를 건너 시부모 방 문 밖에서 귀를 세웠다.

“네 방에서 안 자고 왜 이리로 왔어?”

시어머니의 묻는 소리에 방문 밖의 새색시는 꼴깍 침을 삼켰다.

“내 방은 추워서 못 자겠어, 엄마.”

새색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제 방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밤새 내린 눈이 반자나 쌓였는데도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새색시가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눈 속을 뒹굴던 꼬마신랑이 옷이 엉망이 돼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서 큰 소리로 불렀다

“부인, 이리 나와 보시오.”

새색시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나오자 꼬마신랑은 부엌 밖 구정물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살림을 이렇게 해서 쓰겠소, 밥알이 둥둥 뜨는 거 한번 보시오.”

꼴에 남편이라고 뒷짐을 지고 호통치는 꼬마신랑을 새색시는 바짝 잡아들고 패대기를 치려다 초가지붕 위로 던져 버렸다. 바로 그때 마실 갔던 시부모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지붕에 나뒹굴어진 외아들을 보자 시부모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새색시는 사색이 돼 시부모와 지붕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눈을 털고 지붕 위에서 일어선 꼬마신랑이 말했다.

“아버님, 싸리 빗자루 좀 던져 주세요.”

그날 밤, 새색시는 꼬마신랑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서방님, 앞으로는 하늘처럼 받들겠습니다.”

양반다리를 하고 절을 받은 꼬마신랑은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부인, 불을 끄시오.”

꼬마신랑은 새색시의 옷고름을 풀었다. 그리고 열달 후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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