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일생을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단천(端川) 고을에서
결혼을 한일이 있었다...
.
젊은 청춘 남녀의
신혼 밤은 시간 시간마다 천금이
아닐수 없지않는가 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울어졌으니 어찌 즐거움이야
이루 다 말할수 있겠는가....?
.
뜨거운 시간에 취해있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사람
처럼 불이나케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명필로 일필휘지하니...

모심내활(毛深內闊) 필과타인(必過他人)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다.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고 앉아 있었다.....
.
신랑의 그러한 행동에
신부가 의아해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신랑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앙금침에 홀로 남아
부끄러움에 감았던 눈을 삼며시 뜨고
.
김삿갓이 써놓은 화선지를 살펴보곤
고운 이마를 살짝 찌풀이듯 하더니
이불에 감싼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쓰기 시작했다.
후원황률불봉탁(後園黃栗不蜂坼)
계변양유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
.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라.....
글을 마친 신부는 방긋 웃더니 제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었다.
신부가 써놓은 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신부를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월도
글월 이거니와 이에 응답하는 글 역시
문학적으로 표현해 놓았으니 유머도 이쯤 되면
단순히 음담패설이라고 하지는못할 것이로다.
.
인생의 의미를
알려고 하기 보다 그인생을
즐기기위해 살아가는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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