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습니다.
어느 역에선가 어떤 아저씨가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 탔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군요.
아저씨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나서 가방을 내려놓더니
손잡이를 양손에 쥐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안녕~ 하십니까?'
'여러분께 좋은 물건 하나 소개 드리고자 이렇게 나섰습니다.'
'물건부터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 프라스틱 머리에 솔이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네에~ 칫솔~ 맞습니다.'
'이걸 왜 가지고 나왔을까요?'
'네에~ 팔려고 나왔습니다.'
'한 개에 200원씩 다섯 개 묶여 있습니다, 얼마일까요?'
'네에~ 처넌~ 맞습니다.'
'뒷면 돌려보겠습니다. 영어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써있네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네에~ 수출했다는 겁니다. 근데 수출이 잘됐을까요?'
'쫄딱~ 망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한 개씩 돌려보겠습니다.'
칫솔을 다 돌리고 나서 아저씨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여러분, 제가 여기에서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지요?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잠시 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돌렸던 치솔을 거둬들이고 아저씨는 다시 외쳤습니다.
'여러분~ 4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네에~ 사처넌 벌었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했을까요?'
'네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그렇다구 제가 여기서 포기할까요?'
아저씨의 대답이 무척 궁금했다.
'아닙니다. 다음 칸 갑니다!'
가방을 집어들고 유유히 다음 칸으로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고
승객들은 뒤집어질듯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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