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

일상다반사 2021. 2. 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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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꼴찌였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ᆞᆞ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학한 아들이 집으로 왔으니 친지들이 몰려와
"찬석이는 공부를 잘 했더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앞으로 봐야제...
이번에는 어쩌다 1등을 했는
가배"~ 했다.

"명순(아버지)이는 자식
하나는 잘 뒀어
1등을 했으면 책거리를 해야제" 했다.

당시 우리집은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살림이었다.

이튿날 강에서 멱을 감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한 마리뿐인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잔치를 하고 있었다.

그 돼지는 우리집 재산목록
1호였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부지!..." 하고 불렀지만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겁이 난 나는 강으로 가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에 물속에서 숨을 안 쉬고 버티기도 했고,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충격적인 그 사건 이후 나는
달라졌다.

항상 그 일이 머리에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년 후 나는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러니까 내 나이 45세가 되던 어느 날,

부모님 앞에 33년전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어무이, 저 중학교 1학년 때
1등은요..." 하고 말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께서알고 있었다.
고마해라. 민우 듣는다."고
하셨다.

자식의 위조한 성적을 알고도, 재산목록 1호인 돼지를 잡아 잔치를 하신 부모님 마음을,

박사이고 교수이고 대학 총장인 나는... 아직도 감히 알 수가 없다.
前 경북대 총장 박찬석

입춘이 지났습니다. 오늘도 날씨는 차갑지만 몸과 마음이 따뜻한 하루 보내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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