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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서로 다짐하며
안타깝게 헤어진 날들이
만나서 기쁜 날보다 많았던 만남
외줄타기 보다 아슬아슬하게 관계를 이어오며
얼마나 마음 졸이고 애태웠는지
심술을 부려도 예쁘기만 한 당신에게
속상해도 화낼 수 없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몰라
이제 우리 멀 찌기 떨어져
서로 상관없는 사이 되어 속이 후련한가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 모두 벗어버리고
시원스레 팽개치고 새롭게 시작해야지
나 당신 모습이 기억나지 않아
매일 보았던 표정, 몸짓, 말투 였는데
아득하기만 하고
우리 사랑이
그렇게 힘들었나 봐
변해가는 계절이야
바래가는 잎들
바람 불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
붉어지는 세상을 더 붉게 물들이는
가을의 석양을 차마 정면으로 볼 수 없어
피가 거꾸로 솟을 까봐
이 풍성한 계절이 가고 싸늘해 오면
당신과의 기억이 더욱 희미해질지
불현듯 또렸하게 가슴을 뒤집어 놓을지
알 수가 없네
가을이니까 아직은
다만
외줄타기보다 힘들었던 사랑이
그토록 아름답기만 했다는 것
그건 잊을 수 없을 거야
듣고 있니?
--정유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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