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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고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꺽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고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나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법정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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