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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김은숙 작가 아니면 누가 이런 세계를 그리겠나

‘더 킹’, 두 개의 세계가 겹쳐진 낯설지만 매력적인 평행세계

역시 김은숙 작가의 파워는 셌다. 첫 회 시청률이 11.4% 아마도 그 수치는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까지 연달아 홈런을 친 믿고 보는 작가 김은숙의 이름 석 자가 가진 힘을 말해주는 것일 게다.

김은숙 작가가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한 군주(이하 더 킹)>으로 가져온 소재는 평행세계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평행하게 흘러가는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같은 인물이지만 두 개의 세계에서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평행우주’ 이론을 상상력으로 가져왔다.

이야기는 1994년 대한제국에서 벌어진 역모로 시작된다. 어째서 1994년에 대한제국이 존재하는가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평행우주 이론으로 들여다보면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와 다른 선택을 통해 다른 역사를 써온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이 1994년에도 제국을 유지하고 있는 이 세계는 구한말 땡땡 소리를 내며 도시 한 가운데를 트램이 다니는 풍경 옆으로 대형 전광판이 서 있고, 저 멀리 아파트 같은 고층건물들과 조선시대의 종로를 현대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듯한 한옥들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아마도 만파식적이 이 두 개로 나뉘어진 평행세계의 차원문을 통과하는 열쇠 역할을 하는 듯 한데, 그 반쪽을 가진 역모자 이림(이정진)이 그 대한제국의 세계를 넘어 대한민국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거기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만나 그를 살해한다. 그가 이 세계로 넘어와 무슨 일을 꾸미려는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림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 정태을(김고은)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이곤(이민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처럼 토끼 옷을 입은 자를 좇다 차원문을 발견하고 대한민국으로 넘어온다.

평행세계가 선택에 따른 다른 삶을 사는 동일인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아마도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차원 문이 닫혀져 있을 때는 다른 삶을 살 수 없지만, 열리게 된 이후에는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나의 삶을 욕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욕망은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을 송두리째 버려야 하는 대가.

사실 평행세계라는 낯선 세계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소재로 다루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네 드라마의 특성 상 이런 판타지적 소재는 기대보다는 우려는 더 크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몰입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더 킹>도 첫 회에 그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반응과 동시에 너무 낯설어 복잡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아마도 김은숙 같은 신뢰를 주는 작가가 아니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쉽게 채택되기 어려운 소재다. 하지만 지금껏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는 김은숙 작가이고, 무엇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로 판타지 멜로의 지평을 넓힌 점이 이 드라마에 여전힌 신뢰감을 주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믿기 힘든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믿게 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일 게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시작부터 이림의 취조장면으로부터 대한제국에서 벌어진 역모를 특유의 고풍스럽고 은유적인 대사들을 취해 그 분위기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점이나, 말 탄 황제 이곤과 대한민국의 열혈 형사 정태을 사이에 벌써부터 절절한 멜로의 틀을 만들어버리는 힘이나, 두 세계를 넘어가는 이야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텍스트의 은유적 힘을 끌어오는 능숙함은 김은숙 작가여서 그래도 이 낯선 세계가 이만큼 매력적으로 그려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중요한 건 낯선 평행세계에 대한 설득만이 아니라, 그 위에 얹어지는 이야기의 신박함일 게다. 과연 김은숙 작가는 아직까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이 평행세계의 이야기 속으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까. 첫 회만큼 2회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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