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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일상다반사 2022. 11. 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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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던 때다.
젊은 남녀가 신혼생활 한 달여 만에 남편이 공사장으로 징용을 당했다. 그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부역 장에 끌려가면 공사가 끝나기 전에는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여인이 혼자 사는 외딴집에 한 나그네가 찾아왔다.
"갈 길은 멀고 날은 저문데 인가라고는 이 집밖에 없으니 헛간이라도 무방하니 하룻밤만 묵어가게 해 주십시오."
여인은 자기 혼자 살기 때문에 청을 받아줄 수가 없다고 거절하였으나 나그네가 하도 간절히 부탁을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허락을 하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사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보아하니 외딴집에 혼자 살고 있는 모양인데 무슨 사연이오?”
여인은 숨길 것도 없고 해서 남편이 부역가게 된 사정을 얘기했다.

밤이 깊어지자 사내는 노골적으로 수작을 걸었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겠소? 그대가 돌아올 수도 없는 남편을 생각해서 정조를 지킨들 그게 무슨 소용이오? 우리는 지금 젊지 않소? 내가 책임을 질 테니 나와 함께 멀리 도망가서 같이 삽시다.”

말을 마치자 사내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깊은 밤 인적도 없는 외딴집에서 여인 혼자서 저항하는 일은 무리였다. 여인은 일단 사내의 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을 들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사내는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줄 테니 어서 말해보라고 했다.
“부부간에는 정리라는 게 있습니다.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해서 그냥 당신을 따라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남편의 속옷을 한 벌 싸 드릴 테니 갈아입도록 그이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증표로 잘 받았다는 글 한 장만 받아 오십시오. 어차피 살아서는 만나지 못할 남편이니 수의를 마련해준다는 의미로 내복이나 한 벌 지어 입히고 싶습니다. 그러고 당신을 따라 나서면 마음이 홀가분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합시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마침내 합방을 하였다.

사내는 아침이 되어 흔드는 기척에 잠에서 깨었다. 젊고 예쁜 여자의 고운 얼굴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났다. 잠결에 보아도 마치 양귀비 같았다.
‘이런 미인과 평생을 같이 살 수 있다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는가?’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벌떡 일어나 길 떠날 준비를 했다.
여인은 장롱 속에서 속옷을 꺼내 보자기에 싸서 사내 봇 짐에 넣어주었다.

사내는 부지런히 걸어 부역 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감독하는 관리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관리는 난색을 표했다. 옷을 갈아입히려면 사람을 공사장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작업장을 나가면 그를 대신해서 다른 한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작업자가 옷을 갈아입을 동안 잠시 교대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사내는 관리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며 작업자를 불러달라고 했다. 작업자가 나오자 옷 보따리를 건네주며 말했다.
“옷 갈아입고 옷을 잘 받았다는 편지 한 장을 써가지고 빨리 돌아오시오.”
말을 마친 사내는 별 생각 없이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남편이 보자기를 펼치자 옷 속에서 꼭꼭 접은 편지가 나왔다.
"당신의 아내 언년입니다. 당신을 공사장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 옷을 전한 남자와 하룻밤을 잤습니다. 이런 연유로 외간 남자를 받아들인 것을 평생 허물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시면 옷을 갈아입는 즉시 집으로 돌아오세요. 그리고 혹시라도 그럴 마음이 없어 저의 허물을 탓하시려거든 그 남자와 교대해서 공사장으로 도로 들어가세요."
옷을 갈아입은 남편은 그 길로 아내에게로 달려갔다.

그 후 만리장성 공사장에는 실성한 사람 하나가 만날 똑같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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