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삶를 위해 ~

♥ 내삶를 위해 ~

- 김정철

동란이 휩쓸어 간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한반도 남쪽 작은 섬에서 어느 해 겨울
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었지

십대부터 객지 생활
빡빡 기는 군대 3년을 거쳐
계급과 규정, 지시와 감시 속의
공직 40년을 견디고
퇴직 후 자유의 몸이 되어
압박과 설움에서 벗어나
행복을 만끽하려 했는데

다시 생업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어찌 어찌하다 보니 아이들은
제 앞가림은 하게 되었고
더 이상 내게 손벌리지 않게 됐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돌아보면
나도 이 땅의 모든 부모들 처럼 자신은 팽개쳐 놓고
자식들만 위해 살아 온 셈

그저 아이들 커 가는 걸
유일한 기쁨으로 삼고
직장과 가정, 교회를 쳇바퀴 돌며
몇 안 되는 친구들과
어쩌다 연락하고ᆢ

그리고, 아무도 날 살뜰히 챙겨 주는
이 없음을 내 자신에 대해 너무 소홀했음을 이제사 절실히 깨닫고 있다

하긴, 살아남기 벅찬 세상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기 힘든 형편에
누가 누굴 알뜰히 살피겠는가

나를 위해 줄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
지금껏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살아 왔다면 이젠 평생 수고한 나를 위로하며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

나의 흉허물을 용서하고
날 좀더 따뜻이
좀더 너그럽게 대하고
나의 행복을 우선하는
그런 삶을 살리라 다짐해 본다

내삶를 위해, 건배!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