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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부터 학대 피해 호소..재판부 "죄질 중하지만, 가정사 등 고려해 선처"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유년 시절부터 자신과 가족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1일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배심원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3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되, 5년간 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강북구 주거지에서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의 가슴 등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당시 "왜 술만 마시면 가족을 괴롭히냐"고 아버지에게 따졌고, 이후 아버지가 욕을 하며 때리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유년 시절부터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며 국민참여 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법관과 일반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형사재판으로, 시민이 배심원 자격으로 법정 공방을 지켜본 뒤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낸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을 참고해 판결을 선고한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우발적인 감정으로 왜소한 체구의 아버지를 폭행했고,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피고인 측은 피해자의 가정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2010년 이전의 일"이라고 판단하고, 이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대로 이씨 측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상습적으로 이씨와 가족을 폭행한 점, 가정폭력 문제로 함께 살던 어머니와 여동생이 2017년 집을 나간 이후에도 이씨가 아버지를 홀로 모시고 살았던 점, 범행을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법정에는 이씨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증인으로 나와 이씨를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잘못된 행동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점에 대해 매일 후회하고 있고, 홀로 계신 어머니께 갚지 못할 불효를 해 마음이 무겁다"며 "죄의 무게를 잊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슴에 담고 살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재판 중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

 

배심원단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지만, 이 중 6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나머지 3명은 징역형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폭행을 가해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에서 범행 자체가 패륜적이고, 죄질이 중하며 반인륜적이라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씨의 아버지가) 폭언·폭행을 일삼았고, 이후 피고인이 홀로 아버지를 돌본 점, 범행 후 119에 신고하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응급조치 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배심원의 다수 의견을 고려하고 여러 정황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해 선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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