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야화'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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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 사려,
굴젓도 있슈~우~유.”

젓장수가 젓통 두개를 등에 지고 동네를 돌며 목청을 뽑자 개울 건너 앞산에 산울림이 되어 울려 퍼졌다.

스물두서너집 되는 작은 산골 동네 나지막한 초가집 굴뚝엔 집집마다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마당가 감나무엔 꼭대기에 매달린 몇개 남은 까치밥이 넘어가는 마지막 햇살을 잡고 불을 머금은 듯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추수를 해서 집집마다 곳간이 그득할 때라 조 한됫박을 퍼 와서 새우젓 한국자를 받아가고, 나락 한되를 퍼 와서 굴젓 한종지를 받아 갔다.

새우젓장수 등짐에 젓은 줄었지만 곡식 자루는 늘어 더 힘들어졌다.

새우젓장수는 망설여졌다.

개울 건너 외딴집 하나를 보고 디딤돌을 조심스럽게 밟아 개울을 건너다가 허탕을 치면 어쩌나 싶어 큰소리로 외쳤다.

“새우젓~ 굴젓~. 젓 사려.”

개울 건너 멀리 외딴집 사립문이 열리고 안주인이 나와 손짓을 했다.

장사꾼이 뭔가.
일전만 남아도 십리길을 간다는데 개울 건너 빤히 보이는 곳을 마다할 수야 없지. .

조심조심 디딤돌을 딛고 개울을 건너 갈대밭 오솔길을 지나 외딴집 사립문 앞에 다다랐다.

“젓 왔시유.”

사립문이 열리더니 안주인 여자가 나와 다짜고짜 앙칼진 목소리로,

“여보시오, 말을 좀 똑바로 하고 다니시오. 새우젓, 굴젓 해야지, 새우좆, 굴좆, 좆 사려 하면서, 아니어도 찬바람에 싱숭생숭한 과부 가슴을 흔들어 놓는 거요.”

사립문을 홱 닫고 치마 깃을 걷어 올리며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새우젓장수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사립짝을 발로 걷어차자 과부가 다시 나왔다.

“내가 젓장수 한 지 십오년이 넘었는데 젓과 좆을 구분하지 못한단 말이오?

내가 좆 사려 좆 사려 했지 언제….”

아뿔싸. 흥분한 나머지 젓장수 입에서 젓과 좆이 헷갈려 버렸다.

과부 왈,
“거봐요. 들어오시오.
그걸 사리다.”

젓지게를 장독대 뒤에 숨겨 두고 젓장수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과부가 된장을 보글보글 끓인 저녁상에 탁배기 호리병도 들고 왔다.

탁배기 한사발을 마신 젓장수는 호롱불을 끄고 과부를 쓰러뜨렸다.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기자 벌써 과부는 불덩어리가 되었고 옥문은 질척거렸다.

훌훌 옷을 벗어던진 젓장수가 용솟음치는 양물을 옥문으로 들이밀자 과부는 흐느끼며 낙지처럼 달라붙었다.

구들장이 꺼질 듯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 젓장수는 아랫도리만 가리고 저녁상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웠다.

그리고 두번째 운우를 이번엔 길게 길게 하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과부가 씨암탉 한마리를 삶아 왔다.

다음 날도 다음날도 계속된 절구질로 다리가 후들거리고 코피를 쏟았지만 새우젓 파는 것보다 조~엇 장사로 열배 더 돈을 벌어서 돌아왔다.

그후 새우젓 장수는,
"새우 조~엇 사려!"

발음이 이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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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발 정성
노서방은 남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술 마실 때 냉수 한사발로 목을 축이고 남들이 쌀밥을 먹을 때 깡조밥을 먹으며 한푼 두푼 모았다.

노서방에게 시집온 길안댁도 부창부수라, 노서방보다 더 악착스러워 낮에는 농사일, 밤이면 삯바느질, 큰일 치르는 집에서는 일손을 거들어주며 품삯을 모았다. 농사를 끝낸 늦가을부터 노서방은 새우젓장수를 하고 길안댁은 방물장수를 했다. 어디서 논밭이 나오기만하면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 널름 낚아채는 것은 노서방이다. 그 바쁜 중에도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 가을무 뽑듯이 3년 터울로 아들 셋을 쑥쑥 뽑아냈다.

노서방이 마흔이 되자 사람이 변했다. 기와집을 짓고 땟국이 흐르던 옷을 벗어던지고 황금빛 비단 마고자에 정자관을 쓰고 집에 하인들을 부렸다. 참봉 벼슬을 사서 사람들은 그를 노참봉이라 불렀다. 뒷짐을 지고 장죽을 물고 주막출입을 하며 동네사람들에게 술도 샀다. 어느 날 얼근히 술에 취해 안방에 들러 길안댁 치마끈을 풀었더니 허리는 절구통이요, 손은 나무뿌리요, 얼굴은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인데 여덟팔자로 누워 귀찮다는 듯이 하품까지 해댄다.

노참봉은 마침내 저자거리에 첩살림을 차렸다. 포동포동한 걸 껴안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노참봉을 위하는 일이 하도 지극정성이라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첩은 노참봉 가슴속을 꿰뚫어보며 입속의 혀처럼 노참봉이 말하기도 전에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베갯머리송사에 넘어간 노참봉이 첩의 오빠 장사밑천을 대주고 첩의 친정에 논밭 사주느라 그동안 땀 흘려 사놓은 문전옥답은 하나둘 떨어져 나갔지만 가끔씩 본집에 들르는 노참봉에게 길안댁은 바가지를 긁지 않는다.

노참봉이 몸이 쇠하여 한의원에 가서 산삼·녹용과 온갖 비싼 약재를 넣은 대보탕을 지어왔다. 약 먹는 중엔 정을 삼가라는 한의원의 신신당부에 본집에 머물렀다. 길안댁이 약탕관을 끼고 사는데도 약사발은 많았다 적었다 들쭉날쭉이다.

“정성이 없어 정성이!” 노참봉은 냅다 고함을 지르고 남은 약 다섯첩을 보자기에 싸들고 첩 집으로 갔다.

불과 닷새만인데 첩은 버선발로 나와 눈물을 글썽이며 노참봉 품에 안겼다. 한의원의 당부도 깔아뭉개고 첩의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내렸다. 그 날부터 첩이 달여 오는 약사발은 저울에 단 듯이 항상 약사발 위에서 한치가 모자란 선에 대보탕이 고였다.

노참봉이 하루는 외출했다가 약 마실 때가 되어 첩 집으로 돌아와 약을 짜는 뒤뜰로 갔더니, 노참봉이 온 줄도 모르고 첩이 하수구에 약을 쏟고 있었다. 너무 많이 쏟았는지 다시 물을 붓는다.

악몽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퍼뜩 든 노참봉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두번 다시 첩 집에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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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가 시집이라고 왔더니 열두살 신랑이란 게 코흘리개다.

허구한 날 소매로 코를 훔쳐 저고리 옷자락이 풀을 먹여 놓은 것처럼 반들거리는 데다 동구 밖에서 또래들과 돼지 오줌통 축구를 하느라 바지는 흙투성이로 사흘이 멀다 하고 빨랫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3대 독자라 무슨 저지레를 해도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감싸기에 급급이다.

이런 것들이야 그래도 참고 견딜 만한데 동지섣달 기나긴 밤, 옆에서 콧물 풍선을 만들며 도르릉 도르릉 자는 꼬마신랑 옆으로 다가가 허리춤으로 손을 넣어 새끼손가락 같은 고추를 잡고 ‘어느 날에 익을꼬’ 한숨을 토하고 있는데 이것 봐라 고추가 빳빳해지는 게 아닌가. 새색시는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한참 고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린 꼬마신랑이 발딱 상체를 일으키더니 볼볼 윗목으로 기어가 요강에 오줌발을 뻗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몸이 식지 않은 새색시는 다시 꼬마신랑 곁으로 가 그의 손을 잡아 옷고름을 풀어헤친 자신의 젖무덤에 얹고 오그라든 고추를 잡았다.

꼬마신랑은 새색시 젖무덤에 놓인 손을 훽 빼더니 고추를 잡은 새색시의 손을 낚아채고는 일어나 바지 저고리를 주섬주섬 걸치고 베개를 옆구리에 낀 채 문을 열고 나갔다. 마루를 건너 시부모 자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새색시는 고양이 걸음으로 마루를 건너 시부모 방 문 밖에서 귀를 세웠다.

“네 방에서 안 자고 왜 이리로 왔어?”

시어머니의 묻는 소리에 방문 밖의 새색시는 꼴깍 침을 삼켰다.

“내 방은 추워서 못 자겠어, 엄마.”

새색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제 방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밤새 내린 눈이 반자나 쌓였는데도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새색시가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눈 속을 뒹굴던 꼬마신랑이 옷이 엉망이 돼 집으로 돌아와 마당에서 큰 소리로 불렀다

“부인, 이리 나와 보시오.”

새색시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나오자 꼬마신랑은 부엌 밖 구정물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살림을 이렇게 해서 쓰겠소, 밥알이 둥둥 뜨는 거 한번 보시오.”

꼴에 남편이라고 뒷짐을 지고 호통치는 꼬마신랑을 새색시는 바짝 잡아들고 패대기를 치려다 초가지붕 위로 던져 버렸다. 바로 그때 마실 갔던 시부모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게 아닌가.

지붕에 나뒹굴어진 외아들을 보자 시부모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새색시는 사색이 돼 시부모와 지붕을 번갈아 쳐다보는데 눈을 털고 지붕 위에서 일어선 꼬마신랑이 말했다.

“아버님, 싸리 빗자루 좀 던져 주세요.”

그날 밤, 새색시는 꼬마신랑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서방님, 앞으로는 하늘처럼 받들겠습니다.”

양반다리를 하고 절을 받은 꼬마신랑은 어흠어흠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부인, 불을 끄시오.”

꼬마신랑은 새색시의 옷고름을 풀었다. 그리고 열달 후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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