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장례식장에 갈 일이 많아졌다.
친구 부모님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80대 중반을 넘어선 부모님들은
날이 갈수록 쇠약 해진다 .
새삼스레 숙명적인 우리들의 숙제를 꺼내들었다.
끝까지 존엄하게 살다 가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그 답을 찾은 곳은 또 다른 장례식장이었다.
친구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OO야,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죽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 노릇 하셨어."
고인은 반년 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혼자 살 아내를 위해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를 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선물처럼 조금씩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은 마지막까지
잘 아파야 되고, 잘 죽어야 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플 비용, 죽을 비용을 다
마련해놨다. 너희들 사는 것도 힘든데
부모 아플 비용까지 감당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지가 오랫동안 준비해놨으니
돈은 걱정 말고, 나 가기 전까지
얼굴만 자주 보여줘라."
그리고 그분은 스스로
정한 병원에 입원하셨다.
임종을 앞두고선 의사에게 심정지가 오면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는 약속을 받고
문서에 사인까지 직접 하셨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
하는 아픔을 절대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임종이 가까워서는 1인실로 옮기기로
미리 얘기해 두셨다. 자신이 고통에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겁먹을 수 있으니
가족들과 조용히 있고 싶다는 뜻이었다.
친구의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하신 일이 있다.
가족들 모두에게 각각의 영상편지를 남긴 것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작별인사를 하며 영상 끝에
이런 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아, 아버지가 부탁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봐라.
아버지가 거기 있다. 너희들 잘되라고 하늘에서
기도할 테니 꼭 한 달에 한 번씩은
하늘을 보면서 살아라. 힘들 때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라."
그분은 자식들에게 마지막까지
존경스러운 스승의 모습으로 살다가셨다.
어떻게 아파야 하는지,
죽는 모습이 어때야 하는지,
존엄성을 지키면서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우리는 주로 뭔가를 '시작'할 때
준비라는 단어를 붙인다.
출산 준비,
결혼 준비,
취업 준비….
그러나 마무리에는
준비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은퇴 준비가 그토록 허술하고
임종 준비라는 단어는
금기시돼버린 이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60대 이후를 남은 힘,
남은 돈으로 살려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 공부시키고 먹고살기 바쁜
현실을 버티다 보면 어느 새 거짓말처럼
노후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그 때부터라도 정말 '잘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식들 형편에 따라서 아프고,
자식들 돈에 맞춰서 병원에 끌려다녀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존엄성이 사라지는 데다
자식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때문에 있는 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말고,
내 자존감을 지키고
마지막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비용을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후회와 원망 대신
아름다운 추억과 스승다운 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돌아가신 부모를 생각하면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마지막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어디 보통 실력인가.
나이들수록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그런 내공은 갑자기 안 생긴다.
육십이 넘으면 고집이 세져서 남의 말은
안 들으니 스스로라도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긴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게 애써야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잘 죽는 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진짜 실력이다.
"잘 살다 가는 것도 실력이다!"
-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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