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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알렉스 정)

저는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법과 대학원에 다니던 1991년 24세 때, 저의 운명을 바꿔 놓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로 저는 어깨 아래부터 온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고,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제가 걷기는 커녕 용변조차 혼자 처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저는 절망 가운데서 자살을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차를 타고 뉴욕의 퀸스 공동묘지 곁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공동묘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 평도 안 되는 관속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휠체어라도 타고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는 게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선택이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할 것인가, 아니면 나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설 것인가.

저는 후자를 택했고, 스물넷의 젖먹이가 되어 숟가락 사용법, 글씨 쓰는 법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면서 숟가락만 들 수 있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나 간단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못해서 쩔쩔맬 때, 이를테면 바로 앞에 놓인 컵을 집으려다 떨어뜨려 짜증이 확 솟구칠 때, 혹은 눈이 시리도록 화창한 휴일 오후를 그저 침대에 누워 멍하니 텔레비전이나 지켜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죽어 버릴까 하고 좌절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애써 그 날 퀸스 공동묘지에서 얻은 깨달음을 떠올리며 저 자신을 추스렸습니다.

‘그래 맞아, 죽으면 정말 심심할 거야……’

저는 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고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오랜 방황과 좌절 끝에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사고 전 저는 단단하고 매끈한 몸매 하나는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었으나, 근육을 전혀 쓰지 못하는 팔다리가 점점 가늘어져 가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이고, 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노력을 해서 될 일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을 잘 판단하는 것이 인생을 슬기롭고 효과적으로 사는 방법입니다.

물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게을러서, 혹은 자신감이 없어서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애당초 되지 않을 일에 매달려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드디어 사고 후 2년 만인 26세 때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최연소 뉴욕시 브루클린 검찰청의 검사로 임용되었습니다. 이후 스물네 번의 재판에서 24연승을 거두는 등 담당하는 재판마다 승리로 이끌며 최연소 부장검사에 올랐습니다.

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MBC <성공시대>와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에 방송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힘과 능력을 주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며 하나님께 찬미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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